영주권, 결혼, 죽을거 같아요 ㅠㅠ

안녕하세요.
전 미국 동부에서 꽤 괜찮은 4년제 대학을 나와 OPT로 있다가 지난 3월 시민권자와 결혼하여
영주권 신청자로 미국에 있는 20대 초반 여자입니다.
저는 지금 남편을 대학 때 만났습니다. 학부때부터 연애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활동을 같이 할 정도로는 항상 친했고, 졸업 직후 어떠한 계기로 사귀게 되었지요. 그리고 1년간의 연애기간 후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물론.. 저희 둘 다 너무 어리기도 하고 지금이 결혼하기에 최적의 때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제 신분문제 때문에 결혼을 <서두른> 격이지요.
여기서 중요한 건.. 제가 결코 영주권을 <노리고> 이 친구와 식을 올린게 아니라는 겁니다. 대학때 알고 지내서 졸업 후 1년을 사귀었고 양쪽 부모님들도 다 서로를 맘에 들어하시고 등등 결혼 이야기가 나올법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급작스럽게 청혼을 한 쪽은 제가 아니라 남편이었거든요.. 청혼을 하며, 네가 상황이 그러하니 내가 도와주겠다, 걱정하지 말라, 라고 약속을 한 건 제가 아니라 남편이었단 말입니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결혼 생활이란 것을 하기에 남편이 너무 어리다는 게 저에게 짐이 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20대 초반 남자, 그것도 평생 부모님 집에서 오냐오냐 당하면서 살아온 다 큰 애는, 정말 제가 감당하기 힘들더군요. (물론 절대로 모든 20대 초반 남자가 그렇다거나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닙니다..) 작은 애는 패면 말이라도 듣고 해코지를 해도 범위가 크지 않아 봐줄만한데, 큰 애는 팰 수도 없고 해코지의 범위도 크더군요..
제가 제 일 때문에 다른 주에서 조금 살다가 얼마 전 뉴욕으로 돌아왔는데, 그때부터 저희는 함께 살았지요. 그리고 초반부터 무지하게 싸웠습니다. 왜 싸웠느냐 누구땜에 싸웠느냐 등등 디테일은 털어놓지 않겠습니다. 귀찮아서가 아니라 그냥 신혼 초반의 부부들이 싸울 수 있는 아주 사소하고 흔한 일들 때문에 싸웠던거라 그닥 시시콜콜 적을 이유가 없는 것 같거든요..
사람이 만나면 싸울 수 있습니다. 가족 친구들끼리도 시도때도 없이 싸우는데, 생판 남이 만나서 지내는 동안 분명 싸울 수 있지요. 신혼은 다 그런거 아닌가요? 그렇게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정들고 이해하면서 살아가는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래서 싸우는 거 자체는 이해하는데, 문제는 남편의 태도였습니다.
Anger Management 이슈가 있더군요.. 화가 나면 이성줄이고 뭐고 다 던져두고 그야말로 막말을 하더이다. 인신공격은 기본입니다. 제가 가장 상처입었던 건 싸우기만 하면, 자기 맘에 쪼끔만 안 들기만 하면, 무조건 <내가 너에게 영주권까지 해주는데 넌 은혜를 모른다, 영주권 때문에 나랑 결혼을 위장한 천민이다, 내일 내 변호사랑 이야기하자 이혼이다> 라며 몰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
첫째로.. 저 위에도 썼다시피 영주권 <때문에> 이 친구와 결혼한 거 아닙니다. 결혼 이야기도 영주권 해주겠다는 이야기도 제가 먼저 꺼낸거 아닙니다. 최소한 연애할 때는 이 친구가 자칫 남자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제 비젼(저는 종군기자 지망생입니다)에 대해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전 그거에 반해서 결혼한겁니다. .... 그런데 절 그렇게 몰아가다니요.
둘째로.. 부부끼리 아무리 치고박고 싸우고 볼 꼴 못볼 꼴 다 봐도, 이혼하자, 는 말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은, 정말 아예 평생 안 볼 각오를 독하게 하지 않은 이상,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 화가 난다고, anger management가 잘 안되는 사람이라고 (그게 자랑인가요?), 그렇게 막 해놓고 당당해도 되는 건가요?
... 제가 더 무서운건, 지금은 말로 공격하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겁니다. 제가 이렇게만 써두면, 말 좀 심하게 하는거에 예민하게 군다, 그러시는 분들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 정말 비디오 찍어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저 나름 기도 쎄고 하여간 말 한마디에 꽁 하고 상처받고 토라져서 그러는 연약하고 여리여리한 여자 아닙니다^^;; 근데 남편이 저럴때 보면 무섭습니다. 거기다 자기 입으로 자기가 anger management 이슈가 있다 합니다. 지금은 말로만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만 이게 나중에 손이라도 올라가면 어쩌나요.. 그러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거잖아요. ....... 제가 카운슬링을 받아보라고 두어번 말을 꺼냈습니다만, 귀로 흘려만 듣고 말고.. 저도 더 이상 권유를 했다가는 <말짱한 사람 이상하게 몰아간다 이혼하자>라는 트랙으로 이야기가 나갈까봐 조용히 하고 있습니다. ... 그런 상황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털어두자면 ... 자꾸 섹스를 요구합니다. 이런 얘기 써도 되는건지 모르겠네요......
몸도 힘들고 기분도 안 좋으면 성욕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 제가 철로 만든 로봇이 아니고 사람인 이상, 저도 힘들때가 있고 기분이 안 날 때가 있습니다. 여자인지라 마법에 걸릴 때도 있구요.
하루는 같이 저녁을 먹고 집에 왔는데 하자는 겁니다. 제가 힘들고 뭐 그랬던 날이라 응해주지 않았더니, 갑자기 화를 버럭 내면서 또 <너는 은혜를 모른다> 식의 프리치를 내뱉으며 문을 꽝 닫고 나가버리더이다. 그리고는 가까이 사는 자기 부모님 집으로 돌아갔지요 ... 그리고 다음날 저녁 저에게 와서 상처받는 말을 마구 늘어놓더니, 저보고 내일 아침 자기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라는 겁니다.
...... 99.9%의 경우 사람과 사람이 싸우면 책임과 잘못은 50대 50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저 정말 저때만큼은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진짜 제가 그렇게 큰 잘못 한 건가요.. 갑자기 변호사랑 말을 하라는데 사고 회로가 딱 멈추는 느낌이었습니다. 섹스하자는데 응하지 않았으니 고소하겠다, 뭐 그런 논리인가요?
그 이후로 <내가 anger management 이슈가 있다, 그래서 화나면 막말을 한다, 미안하다>의 트랙을 거쳐서 대충 화해를 하긴 했습니다만, 그런다고 제가 받은 스트레스와 충격이 가시는게 아니더라구요. 상처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남습니다. 지금도 남편은 같은 이슈의 연장선으로 왜 안 해주냐 라는 식으로 심통을 부리고 있습니다. 니가 나라면 같은 침대에 널 들이고 싶겠니, 라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내가 지금 한달에 한 번 몸이 안 따라주는 시기라서 안된다(사실임), 미안하다, 라고 했더니, 그거조차 비아냥댑니다. 저 노이로제 걸릴 지경입니다. 차라리 죽고 싶습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께 차마 말도 못 꺼내겠습니다. 제가 분명 영주권 <때문에> 그것을 <노리고> 결혼을 한 것이 아닌데.... 자꾸 이렇게 그것을 무기로 휘두르며 횡포를 부리려는 남편 때문에 무서워서 매일 밤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잠이 듭니다. 지금 남편은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지요. 근데 저희 집 키를 가지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 또는 홧김에 이성을 잃으면 - 얼마든지 그냥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사가고 싶은데, 이사가면 또 <네가 날 거부하다니 배은망덕한 것> 이라며 <이혼하자>고 나올 것 같아서 실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미국에 있을 수 있는 단 하나의 legal bounding이 남편과 결혼을 통해 지원하게 된 영주권 신청서라, 남편이 홧김에 이혼서류라도 들고오면 전 그대로 집도 절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되 버립니다.
아마도 다음달, 늦어도 이번 해가 지나기 전에 인터뷰를 볼 것 같습니다.. 근데 지금 상태로 저는 한달은 커녕 일주일, 아니 하루도 견디기가 괴롭습니다. 전 정말 죽고 싶습니다. 저는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와주세요.
mtgear2 답변
남편한테 그럼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시고 돌아가세요
부모님도 이해해 줄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강하게 나오는 사람한테 약합니다
비공개 님